프놈펜한국국제학교에서 다시 한번 교사로서 행복의 무게를 맛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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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싸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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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섦에 대한 두려움과 설렘을 안고 캄보디아에 온 지 100일이 지났다. 이제 두려움은 조금씩 사라지고 설렘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오기 시작한다. 지난 6일(금) 프놈펜한국국제학교에서 학부모와 그리고 교민을 대상으로 한국 대학 입학 설명회를 열었다.

프놈펜한국국제학교는 내년에 고등학교 1학년 과정 개설을 준비하고 있다. 2026년에 고1부터 한 학년씩 차례로 개설하여, 2028년이 되면 12년 교육과정을 온전히 갖춘 한국 교육체계를 갖추게 된다. 이에 맞춰 프놈펜한국국제학교 교장(구양주)은 학부모는 물론이고 프놈펜에 거주하고 있는 교민들에게 한국 대학 입학에 대해 알려야 주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한국에서 진학 전문가를 초청하여 설명회를 열었으면 좋겠는데 학교 예산이 너무 빠듯하여 걱정이 많다는 말을 들었다.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가르치면서 맡은 업무의 대부분은 진학 관련이었다. 흔히 말하는 진학지도 경험이 30여 년이 된다. 일반고, 특목고에서는 물론이고 해외 한국학교에서도 진학부장을 맡았다. 2025년 3월 프놈펜한국국제학교에 와서 많은 선생님의 도움으로 무사히 여기까지 왔다. 어쩌면 그 도움을 조금이라도 갚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교장 선생님을 찾아가 대뜸 대학 입시 설명회를 내가 해 보겠다고 말했다. 교장 선생님은 흔쾌히 해 보라고 하신다.

여기에 오랫동안 거주하신 선생님에게 지난해도 한국 대학으로 진학하는 학생이 있었을 텐데 어떻게 하였느냐고 물어보았다. 일부 학원에서는 한국에서 입시 전문가를 데려와 상담해 주었다고 한다.

사교육에 진학 정보를 의존하기보다는 공교육에서 믿을 수 있는 진학 정보를 학생과 학부모에게 제공해 주고 싶었다. 특히 우리 아이들의 현실에 맞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학교 몫이다.

여기저기 떠도는 정보, 우리 아이들의 현실과 거리가 있는 정보는 오히려 혼란을 키우고 학교와 학생(학부모) 사이 불신을 조장할 수 있다. 한국에서든, 해외에서든 진학을 맡고 있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사교육과 연계하지 않았다.

한국 대학 입학 설명회 제목을 '만남이 삶의 질을 좌우한다'로 정하다.
한국 대학 입학 설명회 제목을 '만남이 삶의 질을 좌우한다'로 정하다. ⓒ 정호갑관련사진보기

설명회 제목을 재외국민특별전형과 수시전형이라고 정했다. 너무 딱딱한 감이 있어, '만남이 삶의 질을 좌우한다'를 제목으로 하고, 부제로 재외국민특별전형과 수시전형이라 덧붙였다.

아이의 삶이 어느 대학, 어느 학과에 가느냐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 지금까지 학교 선택은 부모가 살고 있는 지역과 연계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대학 선택은 살고 있는 지역과 관계없이 오로지 자신의 능력과 적성에 따른 자기 선택이다.

만남은 중요하다. 나 또한 지금까지 대학원에서 만난 두 분의 선생님이 나를 오늘까지 이끌어 주고, 정신적 버팀목이 되었다. 이것을 나는 행운으로 생각한다. 우리 아이들도 대학에서 좋은 만남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뜻에서 제목을 그렇게 정했다.

우리 학교 학생들과 직접 관련 있는 대입 전형에는 크게 4가지가 있다. 재외국민특별전형인 중·고교과정 해외이수자 전형(3년 특례)과 전 교육과정 해외이수자 전형(12년 특례) 그리고 재외국민특별전형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해외 고등학생도 지원할 수 있는 수시전형, 그리고 현재 프놈펜한국국제학교 학생 가운데 다문화 학생은 30% 정도이다. 다문화 전형도 안내해야 한다.

이런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에게는 수능 점수가 필요 없다. 오직 서류와 면접으로 결정된다. 서류 평가 기준을 중심으로 학생들은 자기의 다양한 역량을 어떻게 가꾸어나가야 할지 알려 줄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한 안내를 중심으로 서류 평가에서 준비해야 할 사항과 프놈펜한국국제학교의 역할을 중심으로 설명했다.

행복한 무게를 맛보다

이 설명회가 캄보디아 프놈펜 한인 유력 주간지인 <뉴스브리핑 캄보디아>(2025년 6월 16일)에 '프놈펜한국국제학교, 재외국민특례 및 수시전형 세미나 열어'라는 제목으로 기사가 실렸다. 참석한 교민들의 호응도 좋았다고 한다. 기사를 읽고 나니 갑자기 어깨가 무겁다. 그런데 그 무거움이 싫지 않다.

<뉴스브리핑 캄보디아>에 실린 ‘프놈펜한국국제학교, 재외국민특례 및 수시전형 세미나 열어’ 기사
<뉴스브리핑 캄보디아>에 실린 ‘프놈펜한국국제학교, 재외국민특례 및 수시전형 세미나 열어’ 기사 ⓒ 뉴스브리핑 캄보디아관련사진보기

우리 아이들이 이곳에서 초·중·고등학교 다니다가 중도에 한국으로 돌아가게 될 수도 있다. 한국 초·중·고등학교로 전학을 가더라도 전혀 문제가 없도록 교육과정을 잘 운영하여야 한다. 조금이라도 게으름을 피울 수 없다.

아직 방학이 한 달 정도가 남았는데 교과 진도는 거의 마쳐간다. 남은 시간 동안 무엇을 할까? 처음에는 도서관에서 함께 책 읽기를 하려 하였다. 아이들이 외국에서 학교생활을 하다 보면 외국어 학습으로 책 읽기를 소홀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한 학기 동안 수업을 해 보니 아이들의 어휘력이 조금 부족하다. 어휘력을 길러 주고 싶었다. 어휘력이 뒷받침되어야만, 책을 막힘없이 읽을 수 있다. 어휘력을 자연스럽게 기를 방법은 없을까? 무엇보다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아야 한다. 고민을 거듭하다 일단 다가서기 쉽고, 어휘력은 물론 우리 전통적인 삶의 모습도 엿볼 수 있는 평시조를 준비했다.

시조를 제시하고 모르는 단어를 묻게 하였다. 일단 시조는 짧으니, 아이들이 읽기에 부담이 없다. 수업해 보니 아이들이 생각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다가온다. 평소 수업에 관심을 보이지 않던 아이가 질문을 해올 때 희열을 맛본다. 교사로서 행복한 순간이다.

시조를 통해 어휘력을 기르고, 우리 선조들이 자연을 대하는 태도나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태도도 절로 익히게 되니 일거양득이다.

아이들이 자기의 적성이나 흥미를 찾도록, 자신의 관심 분야에 지적 호기심을 가지고 탐구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어야 한다. 먼저 꿈을 키워주어야 한다. 10년 후 나는 어디에 있을 것인가? 한국 대기업 취업, 또는 고시를 통과하는 꿈보다는 세계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였으면 좋겠다.

'나는 무엇을 잘하는지', '나는 무엇을 할 때 재미있는지', '나는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를 스스로 찾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수업 시간뿐만 아니라 동아리, 진로 시간, 그리고 방과후교육 활동 등을 통해서 끊임없이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아이들의 관심과 활동을 살펴보면서 기록으로 남겨 주어야 한다. 아이들에 대한 이런 기록은 대학 입학 서류 전형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세계화 시대에 우리 학생들은 세계 곳곳을 누비고 다닐 것이다. 정체성은 나를 아는 데서 시작한다. 우리 학생들이 10년, 20년이 흐른 뒤 자기의 정체성을 자긍심으로 여길 수 있도록 프놈펜한국국제학교에서는 우리말과 우리 역사를 가르치는 데 많은 힘을 쏟고 있다. 자기의 정체성에 자부심이 없다면 다른 사람을 이끄는 리더로 성장할 수 없을 것이다.

학생들은 스스로 지적 호기심을 가지고 학업뿐만 아니라 자기 삶에 필요한 것들을 갖춰 나갈 것이다. 남을 따라가는 사람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자기 삶을 개척하는 사람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다. 프놈펜한국국제학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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