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자기하고 예쁜 프놈펜한국국제학교 중등부 체육 한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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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싸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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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언제 행복을 느낄까? 현실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시간을, 그 시간에 자기의 존재를 확인할 때 행복하지 않을까?
우리 아이들은 교실에서 행복할까? 30년 이상을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하여 왔지만, 교실에서 아이들이 행복한 모습은 잘 보지 못했던 것 같다. 아이들이 행복한 날은, 교실보다는 교실을 벗어난 체험학습에서, 체육 한마당에서 자신들의 끼를 마음껏 드러낼 때, 그리고 친구들과 거리낌 없이 함께할 때일 것 같다. 그때 그들의 얼굴은 밝았다. 당당했다. 즐거워했다.
프놈펜은 현재 우기이다. 우기에는 대체로 하루에 한 번은 비가 온다. 6월 19일(목), 잠자리에 들면서 내일 하루는 비가 오지 않길 바랐다. 6월 20일(금), 프놈펜한국국제학교 중등부 체육 한마당이 열리는 날이다. 하늘도 우리의 마음을 읽었을까? 야외 경기가 끝나는 동안 비는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았다.
30여 년 동안 학교에 있으면서 한결같이 느끼는 일이지만, 체육 한마당 행사가 있는 날,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교실에서 볼 수 없었던 얼굴들이다. 몸은 가만히 있지 못한다. 그 흥이 나에게까지 와닿는다.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목소리에는 힘이 있다.
무엇이 저들을 이렇게 즐겁게 할까? 아이들과 함께한 지 30년이 넘었는데, 나는 교실에서 아이들의 이런 모습을 왜 끌어내지 못하는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텔레비전에 나와 반려동물의 문제점을 치료하고, 아이들의 문제점을 고쳐주는 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면 나의 무능함이 절로 느껴진다. 나는 수업 시간에 왜 아이들을 행복하게 하여 주지 못하는지.

교실에서 아이들의 기운을 북돋워 주지 못하고 오히려 뺏는 나는, 제대로 된 교사가 맞는가 하는 물음을 스스로 물어온 지도 꽤 되었지만, 여전히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프놈펜한국국제학교는 7학년 11명, 8학년 5명, 9학년 4명이다. 소수 인원이다 보니 학년 구분 없이 친구처럼, 때로는 오누이처럼 잘 지내고 있다. 하지만 오늘은 홍팀 10명, 청팀 10명, 두 팀으로 나눠 경기를 펼친다. 오늘은 친구보다 팀이 우선이다.
20명이지만 그래도 체육 한마당에 있을 종목은 다 있다. 줄다리기를 비롯하여 계주, 탁구, 이인삼각, 컵스태킹(속도, 쌓기), 2단 줄넘기, 그리고 e스포츠. 굳이 따로 선수를 선발할 필요도 없다. 모든 학생이 다 선수이다.
최고 학년인 9학년 학생들은 체육 한마당의 축제를 즐기기 위해 서로를 꾸며 준다. 꾸며 주는 손길에 흥이 묻어있고, 오늘 마음껏 즐길 준비를 하고 있다.
계주는 잘 뛰건 못 뛰건 모두 뛰어야 한다. 3월에 한국에서 전학해 온 한 학생이 있다. 자기는 잘 뛰지 못하니 걸어갈 것이라고. 팀별로 뛸 순번을 정한다. 보통 가장 잘 뛰는 학생을 1번, 10번에 배치한다.
이 학생은 그저 평범하게 8번에 뛰길 희망하였다. 그런데 막상 바통을 이어받더니 10여 미터 뒤처진 거리를 바로 역전한다. 경기가 끝난 뒤 모두 놀란다. '야, 너 그렇게 잘 뛰어.' 의기양양하게 말한다. 나 체육대회 때 늘 계주 선수였어. 아이들은 이렇게 당당한 모습을 보일 때 예쁘다.
수업 시간에 열심히 하지만 표정의 변화를 읽을 수 없었던 한 아이. e스포츠에서 활약이 대단하다. e스포츠 베틀에서 한 명, 한 명 물리치고 우승 후보로 예상된 친구를 이기고 살짝 웃는 모습이 보기 좋다.
이 학생이 이기고 나올 때마다 급우들이 하이파이브 해 주는 모습이 아름답다. 무엇보다 결승전에서 아깝게 지고 승자에게 축하해 주는 학생의 모습은 더 멋있다.
e스포츠에서 열중하는 아이들, 컵스태킹 쌓기에서 한 단, 한 단 올리기 위해 초집중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수업 때 내 말에 저렇게 열중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질투심도 살짝 든다.
한 친구는 누가 시키지 않은데도 e스포츠를 중계한다. 아쉬운 감정과 승리의 순간을 너무 생생히 그리고 목소리가 쉬도록 전달한다. 경기가 끝난 뒤 그 학생을 보고 '너 다음에 스포츠 중계 아나운서 하면 잘하겠다'라는 말을 하였더니 겸연쩍은 듯 웃는다.
수업 시간에 과제를 내주면 빨리하고 나머지 시간에 자기가 좋아하는 웹툰을 그리는 아이가 있다. 그런데 오늘 컵스태킹 경기에서 그 표정이 너무 진지하다. 그렇게 진지하게 집중하는 모습이 숭고하게 보인다. 이 학생은 앞으로 뭔가 꼭 이루어낼 수 있을 것 같다.

2단 줄넘기에서 하나라도 더 뛰기 위해 이를 악무는 학생들, 줄다리기하면서 끌어오기 위해, 끌려가지 않기 위해 악을 쓰면서 온 힘을 다하는 모습, 그 모습 하나하나가 아름답다.


남녀 학생이 한 조가 되는 탁구 오래 치기에서 상대방을 배려하여야 오래 칠 수 있다는 것을, 이인삼각에서 빨리 가기 위해 함께하는 사람을 배려하여야 함을 우리 아이들은 몸으로 체득하고 있다.


이 조그만 학교에서 이런 풍성한 체육대회를 만들어 준 강민호 체육 선생님이 정말 고맙다. 캄보디아 한인체육회가 발대식을 준비하고 있다. 대한체육회에 정식 가입도 추진하고 있다. 이 바쁜 시기에 사무국장이라는 중책을 맡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체육 수업을 맡아 주고 있다.
특히 이번 체육 한마당은 수업이 없는 날인데도, 행사를 계획하고 진행하며, 아이들이 교실에서 벗어난 즐거움을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하루를 행복하게 보낼 수 있도록 모든 프로그램을 다 준비했다. 마무리도 아주 짧게 하지만 멋있게 한다.
"여러분들이 오늘 하루 교실에서 벗어나 마음껏 웃고 즐거워하니 나 또한 행복합니다. 수고 많았습니다."
오늘도 우리 아이들에게 저마다 잠재된 끼를, 능력을 보았다. 그들의 이러한 끼와 능력이 교실에서 갇혀있지 말고 표출할 수 있는 그러한 교육의 장이, 수업의 장이 가끔 마련되길 바란다.
내년에는 날씨와 관계없이 체육 한마당 행사를 할 수 있는 체육관이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덧붙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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